마이클 허드슨, 슈퍼 임페리얼리즘(Super Imperialism)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명 '닉슨 쇼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모두가 달러가치가 폭락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다. 마이클 허드슨이 그의 저서 『슈퍼 임페리얼리즘』에서 밝혀냈듯, 이는 우연이 아니다.
달러가 종이돈이 된 후 벌어진 일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중단 선언 이후, 달러는 금이라는 족쇄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미국은 마음껏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고, 이 달러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했다. 다른 나라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자국 통화로 바꾸는 대신, 이 달러를 다시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이런 상황과 같다.
- 미국: 종이돈을 마음껏 찍어낸다.
- 다른 나라: 그 종이돈으로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판다.
- 다시 다른 나라: 그 종이돈을 달러로 쌓아두기만 할 수는 없으니, 미국 국채를 산다.
- 미국: 다른 나라들이 사준 국채 덕분에 생긴 돈으로 군사비를 쓰고, 적자를 메운다.
결국 미국은 종이돈을 발행하고, 다른 나라들은 그 돈으로 미국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허드슨은 이러한 미국의 달러 패권을 '슈퍼 임페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한다.
제국주의의 새로운 모습
과거의 제국주의는 군사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를 직접 지배하고 식민지 자원을 약탈했다. 하지만 '슈퍼 임페리얼리즘'은 훨씬 교묘하다. 군사력은 달러의 힘을 지탱하는 뒷배 역할을 하고, 국제 금융기구들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
IMF나 세계은행은 부채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가혹한 긴축 정책이나 민영화를 요구한다. 그 결과, 해당 국가의 주요 자산은 헐값에 미국의 다국적 기업으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물론 이런 구조가 영원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중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달러는 세계 무역과 금융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 불편한 진실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